지난 일요일(1월 9일) 새해 첫 헌혈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정확히 따지면 지난 12월부터) 전혈, 혈장, 혈소판 헌혈 세가지 모두를 할 수 있게 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과거 6개월 이상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체류를 한 관계로 헌혈 종류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흠. 그래서 헌혈의 집에 예약하기 전에 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떤 걸로 할까. 그러다가 지난 연말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장애우의 몸으로 많은 헌혈을 했던 분이었습니다.(관련기사)
또한 과거 골수기증을 통해서 환자분들에게 혈소판이 매우 귀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잠시 동안의 고민 끝에 혈소판 헌혈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예약을 하고 헌혈의 집으로 갔는데...예상과 다르게 겨울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헌혈의 집은
상당히 번잡했습니다. 일요일 오후라는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인식 개선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예약을 하고 제 시간에 도착한 저는 간호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혈소판 헌혈을 할 수 있는 기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미 저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간호선생님은 혈소판 헌혈에 대한 안내와 소요시간 등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살짝 겁나는 것은 채혈 중간에 느껴지는 무거운 무력감..예전에 골수기증을 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또 다시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정확하게 그 느낌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것은...
본인의 몸이 한 없이 깊은 구덩이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듯한 무력감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기계가 역시 육중한 소리를 내며 채혈을 시작하자 역시나 잠시 후 그 느낌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런 느낌이
싫어서인지 시작과 동시에 인터넷을 비롯하여 자리 앞에 놓여져 있는 TV 쪽으로 시선을 계속 두었습니다.
혈장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되는 혈소판 헌혈인데...확실히 자리에 누워 있다보니 그 시간은 정말 더디게 진행
되었습니다.
온 몸이 무너져 내려버리기 까지 걸린 1시간이 비로소 다 지나버리자....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만세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혈소판 헌혈을 할 때는 정말 고민해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한편으로는
채혈자인 제가 이러한 고통으 느끼고 있는데...이를 수혈하는 환자들은 어떤 힘든 과정을 거칠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 잠깐 제 머릿속에 있었던 그러한 후회, 미적거림은 이제 더 이상 없어졌습니다. 다음 번에도 당연히
저는 혈소판 헌혈을 하게 될 거입니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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